원문
http://soccer1.ktdom.com/bbs/zboard.php?id=soccer4u2&no=1730
김성택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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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상 반말입니다. 양해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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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C의 공개적 언어폭력에 격분해서 좀 말도 안되는 리플도 마구 써제겼지만, 어째 찌라시에 낚인 느낌이 든다.....-_-;; 어쨌건 그가 했던 발언 중에 40%에 대해서는 별로 동감하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는 다른 것이 나는 40%가 아니라 20% 아래로 본다. 나는 우리나라의 대표팀의 실력을 남들만큼 높게 평가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토고전 때의 예상은 전에도 썼다시피 한 방 먹고 질질 끌려가다 1:0으로 패하는 거였는데, 선수들이 분투하면서 예상을 뒤집어버렸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생각하는 프랑스전이나 스위스전의 전망이 밝아지진 않았다. 공은 둥글지만 실력차라는 것은 현존하고, 프랑스 선수들이나 스위스 선수들 중에 한국전에 태업할 정도로 썩은 정신의 선수들이 존재할 리 없기 때문이다. 그들 역시 프로니까.
사실, 토고 정도는 쉽게 이겨야한다는 언론과 사람들의 설레발이에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토고 선수들이 유럽 하부리그 선수들이라면서 월드컵 최약체이니 뭐니 하면서 깔아뭉갰지만, 정작 언론과 국민들은 현재 대표팀의 반 이상, 그 중 수비진의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K리그파 선수들을 유럽 하부리그 이하의 선수들로 평가하고 있지 않느냔 말이다. 그런 선수들이 대표팀에 들어가면 갑자기 EPL 수준으로 실력이 향상되어서 토고 정도는 쉽게 쓸어버릴 것으로 생각하니, 정말 웃기지도 않은 노릇이다.
2002년의 히딩크에게는 기회가 있었다. 홈에서 열리는 월드컵에서 망신만은 당하고 싶지 않았던 축협과 국민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리그를 폐업하고 선수를 데려다가 300일 넘게 차출해서 말 그대로 프로팀 FC Korea를 탄생시켰다. 거기에 홍명보, 유상철, 황선홍 등의 유명했던 선수들, 차두리, 이천수등 대학 선수들까지 데려다가 A매치를 수없이 경험하게 함으로서 프로리그 경험 하나 없는 국대 선수까지 탄생시켰다.(그 결과는 현재 고등학교나 대학 선수에서 슈퍼루키 뽑아 국대에 보내면 한국 축구의 빛의 될 거라는 현실과 소년만화를 혼동하는 증상이다.) 그렇게 히딩크는 2002년 월드컵에 뛰어들었고, 홈에서의 어드밴티지와 자신의 지도력으로 만들어낸 프로팀 'FC Korea'를 이끌고 승승장구했다. 그리고 한국은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신화가 아니었다. 남들이 십수개의 프로팀을 운영하는 동안 단 하나의 프로팀을 돌려 남긴 당연한 결과였다.
2006년, 본프레레에게서 팀을 넘겨많은 아드보캇에게 주어진 것은 6주간의 전지훈련과 짧은 소집기간 뿐이었다. 그것은 당연했다. 2002년식으로 계속 했다가는 정말 한국축구가 끝장나는 것은 그리 멀지 않을테니까. 그런데 팬들은 2002년의 환상에 빠져서 선수들의 일사분란한 조직적인 모습과, 강인한 체력과 그에 따른 전술을 요구했다. 하지만 축구팬들이 오랫동안 버려운 K리그에서 그런 선수들이 나올리 없었다. 피지컬 트레이너만 해도 2003년 이후에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리그에서 체력 충만한 선수가 나올리 만무했고, 제대로 된 지도자 코스도 갖추지 못한(아니, 라이센스 없는 감독들도 수두룩했던) 리그에서 선수들이 조직력을 배울리 만무했으며, 고급전술을 구사할 수 있을리는 더더욱 만무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썩어가는 기본은 보지 않은채 유럽리그에 진출한 박지성, 이영표, 이을용등 하늘의 별만을 칭송했다.
거기에 연고이전 2연참에 드래프트 제도까지 시행 되면서 K리그는 자칭 축구팬들의 무관심속에 끝없이 뒷걸음쳤고, 그나마 K리그에 어느정도 애착을 가지고 있던 나조차 입맛이 떨어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선수들은 나날이 줄어가는 관중들 속에서, 무관심 속에서 힘겹게 뛰었다.
내가 힘이 없어서 선수들을 연고이전이나 밥먹듯 하는 썩은 리그에서 뛰게 만들었다.
내가 힘이 없어서 감독들이 제대로 된 연수조차 받지 못하게 만들었다.
내가 힘이 없어서 선수들을 외면과 무관심 속에서 뛰게 만들었다.
내가 힘이 없어서 선수들을 4년만에 한 번씩 나타나는 찌찔이들에게 조롱이나 받게 만들었다.
나는 대한민국 대표팀을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 그들이 어떻게 싸워왔는지, 어떻게 뛰어왔는지 보았기 때문이다. 타칭 축구팬이라는 '내'가 힘이 없어서 벌어진 일들. 이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눈에 훤히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토고전이 시작되었다.
허구헌날 욕먹는 수비수들인 김영철과 최진철은 좋은 선수들이다. 하지만 나는 그들을 세계적인 선수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개인마킹과 제공장악 면에서는 아데바요르가 문제가 아니었지만, 수비라인을 무너뜨리는 스루패스와 스피드를 십분 활용한 돌파를 막는데에는 무력했다. 경험한 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K리그에서는 창의적인 패스와 조직적인 움직임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누구도 그것을 배우거나, 또는 실천하려고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할 수 없는 일이다. 비싼 돈 투자해도 아무도 보러오지 않을테니까.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것은 기억 저편에 묻어버린채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그리고는 선수들의 스피드와 집중력 부족을 탓한다. 모든 책임은 선수 개인이나 감독이 지고, 근본은 묻혀버린다.
그나마 좋은 환경에서 뛴 박지성이나 이영표는 좋은 모습을 보였다. 어떤 의미로 그들은 2002년 월드컵의 최대 수혜자이다. FC Korea에서 세계적인 축구를 체험하고, 실제로 유럽에서 뛰게 되었으니까. 어떻게 보면, 그 동안 소외된 모든 선수들의 희생이 그들의 신화를 탄생시켰다고 할 수도 있겠다. 어쨌건 그들은 그들의 책임을 진 셈이다. 다른 선수들이 받을 관심과 스포트라이트를 모조리 가져간만큼, 그 책임을 지고 최고가 되어주었으니.
이른바 축구팬들에게 입천수니 혀컴이니 욕먹던 이천수가 K리그 사기유닛이라는 별칭을 증명하며 한국의 2006년 월드컵 첫골을 터뜨렸다. 그 동안 부침을 거듭하던 안정환이 멋진 골로 역전에 성공했다. 그리고 토고는 필드 플레이어 9명 중 1명만 최전방에 서고 나머지는 본진에 들어가 박혀버렸다. 지고 있는 팀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전술운영인 셈이었다. 그리고 한국 선수들은 볼을 돌렸고, 팬들은 욕설과 야유를 퍼부었다. 비겁하다고, 더러운 플레이라고, 투혼이 보이지 않는다고.
정말 그런가, 그들은 공격이 하기 싫어서, 의욕이 없어서 볼을 돌렸는가? 내 눈에 보인 것은 공격루트가 보이지 않고, 그나마 억지로 공격하려고 했다가는 수비에 부담을 줄까봐 이기는 상황에서도 오히려 전전긍긍하는 선수들의 모습이었다. 게다가 한 번도 이겨본 적 없는 원정 경기, 그 의미는 선수들에게는 엄청난 의미였을 것이다. 그 상황에서 결정하는 것은 지구 반대쪽에서 통닭을 먹고 맥주를 마시며 선수들을 안주삼아 씹어대는 축구팬이 아니라, 31도가 넘는 경기장에서 90분의 경기를 소화하고 있는 선수들과 그들과 함께하는 코칭스텝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건 간에 그것을 같이 마지막까지 지켜보면서 응원하는 것 뿐이었다.
그리고 경기가 끝났다. 결과는 2:1 승리.
사람들은 그 전력으로 프랑스와 스위스를 이길 수 없다고 대표팀을 비난하고 타박했다. 하지만 애초부터 그들의 비난은 말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유럽파가 좀 섞여 있다고 해도 한국 대표팀의 수비진외 선수단의 상당수는 그들이 프랑스 5부리그 취급도 안하는 K-리그 선수들이였으니까. 그들이 짓밟고 버려둔 선수들이었으니까. 그런 그들이 자신들을 무시하는 팬들을 위해 바다 건너에서 뛰고 있었다. 31도의 고온과 60%가 넘는 습기를 이겨가며.
이제 그들은 경기장을 가득채운 관중과 높은 경기수준을 경험해온 프랑스와 스위스 선수들을 상대로 싸워야 한다. 그들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플레이도 있을 것이고, 압박도 가해질 것이다. 그래도 그들을 최선을 다해 뛸 것이다. 자신을 위해, 팬들을 위해, 대한민국이라는 네 글자와 아직도 그 네 글자를 잊지 않은 교민들을 위해.
그러기에 나는 프랑스와 스위스의 경기를 경기를 볼 것이다. 그리고 응원할 것이다.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하던, 어떤 결과를 낳던 간에, 그것은 그들이 최선을 다한 결과이고, 아름다운 기록으로 남을 테니까. 연예인의 제멋대로인 발언으로, 자칭 축구팬들의 욕설로 끊임없이 상처받고 아파해온 선수들이기에, 끝까지 지켜볼 생각이다. 선수들을 욕하고 감독을 비난하며 한국 축구를 위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것은 내 방식이다. 이 월드컵에 결과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일본인 1억, 중국인 13억의 비난보다도 훨씬 지독하고 가혹한, 한국인 4800만의 비난에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무사히 돌아오길 바랄 뿐.
힘들고 어려운 싸움이 될 남은 경기들. 하지만 최선을 다하고 돌아오길. 남들이 외쳐대는 확률이나 %는 중요하지 않다. 0.000000000001%라 해도 제로가 아니고, 만약 그것이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100%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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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택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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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상 반말입니다. 양해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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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C의 공개적 언어폭력에 격분해서 좀 말도 안되는 리플도 마구 써제겼지만, 어째 찌라시에 낚인 느낌이 든다.....-_-;; 어쨌건 그가 했던 발언 중에 40%에 대해서는 별로 동감하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는 다른 것이 나는 40%가 아니라 20% 아래로 본다. 나는 우리나라의 대표팀의 실력을 남들만큼 높게 평가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토고전 때의 예상은 전에도 썼다시피 한 방 먹고 질질 끌려가다 1:0으로 패하는 거였는데, 선수들이 분투하면서 예상을 뒤집어버렸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생각하는 프랑스전이나 스위스전의 전망이 밝아지진 않았다. 공은 둥글지만 실력차라는 것은 현존하고, 프랑스 선수들이나 스위스 선수들 중에 한국전에 태업할 정도로 썩은 정신의 선수들이 존재할 리 없기 때문이다. 그들 역시 프로니까.
사실, 토고 정도는 쉽게 이겨야한다는 언론과 사람들의 설레발이에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토고 선수들이 유럽 하부리그 선수들이라면서 월드컵 최약체이니 뭐니 하면서 깔아뭉갰지만, 정작 언론과 국민들은 현재 대표팀의 반 이상, 그 중 수비진의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K리그파 선수들을 유럽 하부리그 이하의 선수들로 평가하고 있지 않느냔 말이다. 그런 선수들이 대표팀에 들어가면 갑자기 EPL 수준으로 실력이 향상되어서 토고 정도는 쉽게 쓸어버릴 것으로 생각하니, 정말 웃기지도 않은 노릇이다.
2002년의 히딩크에게는 기회가 있었다. 홈에서 열리는 월드컵에서 망신만은 당하고 싶지 않았던 축협과 국민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리그를 폐업하고 선수를 데려다가 300일 넘게 차출해서 말 그대로 프로팀 FC Korea를 탄생시켰다. 거기에 홍명보, 유상철, 황선홍 등의 유명했던 선수들, 차두리, 이천수등 대학 선수들까지 데려다가 A매치를 수없이 경험하게 함으로서 프로리그 경험 하나 없는 국대 선수까지 탄생시켰다.(그 결과는 현재 고등학교나 대학 선수에서 슈퍼루키 뽑아 국대에 보내면 한국 축구의 빛의 될 거라는 현실과 소년만화를 혼동하는 증상이다.) 그렇게 히딩크는 2002년 월드컵에 뛰어들었고, 홈에서의 어드밴티지와 자신의 지도력으로 만들어낸 프로팀 'FC Korea'를 이끌고 승승장구했다. 그리고 한국은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신화가 아니었다. 남들이 십수개의 프로팀을 운영하는 동안 단 하나의 프로팀을 돌려 남긴 당연한 결과였다.
2006년, 본프레레에게서 팀을 넘겨많은 아드보캇에게 주어진 것은 6주간의 전지훈련과 짧은 소집기간 뿐이었다. 그것은 당연했다. 2002년식으로 계속 했다가는 정말 한국축구가 끝장나는 것은 그리 멀지 않을테니까. 그런데 팬들은 2002년의 환상에 빠져서 선수들의 일사분란한 조직적인 모습과, 강인한 체력과 그에 따른 전술을 요구했다. 하지만 축구팬들이 오랫동안 버려운 K리그에서 그런 선수들이 나올리 없었다. 피지컬 트레이너만 해도 2003년 이후에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리그에서 체력 충만한 선수가 나올리 만무했고, 제대로 된 지도자 코스도 갖추지 못한(아니, 라이센스 없는 감독들도 수두룩했던) 리그에서 선수들이 조직력을 배울리 만무했으며, 고급전술을 구사할 수 있을리는 더더욱 만무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썩어가는 기본은 보지 않은채 유럽리그에 진출한 박지성, 이영표, 이을용등 하늘의 별만을 칭송했다.
거기에 연고이전 2연참에 드래프트 제도까지 시행 되면서 K리그는 자칭 축구팬들의 무관심속에 끝없이 뒷걸음쳤고, 그나마 K리그에 어느정도 애착을 가지고 있던 나조차 입맛이 떨어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선수들은 나날이 줄어가는 관중들 속에서, 무관심 속에서 힘겹게 뛰었다.
내가 힘이 없어서 선수들을 연고이전이나 밥먹듯 하는 썩은 리그에서 뛰게 만들었다.
내가 힘이 없어서 감독들이 제대로 된 연수조차 받지 못하게 만들었다.
내가 힘이 없어서 선수들을 외면과 무관심 속에서 뛰게 만들었다.
내가 힘이 없어서 선수들을 4년만에 한 번씩 나타나는 찌찔이들에게 조롱이나 받게 만들었다.
나는 대한민국 대표팀을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 그들이 어떻게 싸워왔는지, 어떻게 뛰어왔는지 보았기 때문이다. 타칭 축구팬이라는 '내'가 힘이 없어서 벌어진 일들. 이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눈에 훤히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토고전이 시작되었다.
허구헌날 욕먹는 수비수들인 김영철과 최진철은 좋은 선수들이다. 하지만 나는 그들을 세계적인 선수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개인마킹과 제공장악 면에서는 아데바요르가 문제가 아니었지만, 수비라인을 무너뜨리는 스루패스와 스피드를 십분 활용한 돌파를 막는데에는 무력했다. 경험한 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K리그에서는 창의적인 패스와 조직적인 움직임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누구도 그것을 배우거나, 또는 실천하려고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할 수 없는 일이다. 비싼 돈 투자해도 아무도 보러오지 않을테니까.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것은 기억 저편에 묻어버린채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그리고는 선수들의 스피드와 집중력 부족을 탓한다. 모든 책임은 선수 개인이나 감독이 지고, 근본은 묻혀버린다.
그나마 좋은 환경에서 뛴 박지성이나 이영표는 좋은 모습을 보였다. 어떤 의미로 그들은 2002년 월드컵의 최대 수혜자이다. FC Korea에서 세계적인 축구를 체험하고, 실제로 유럽에서 뛰게 되었으니까. 어떻게 보면, 그 동안 소외된 모든 선수들의 희생이 그들의 신화를 탄생시켰다고 할 수도 있겠다. 어쨌건 그들은 그들의 책임을 진 셈이다. 다른 선수들이 받을 관심과 스포트라이트를 모조리 가져간만큼, 그 책임을 지고 최고가 되어주었으니.
이른바 축구팬들에게 입천수니 혀컴이니 욕먹던 이천수가 K리그 사기유닛이라는 별칭을 증명하며 한국의 2006년 월드컵 첫골을 터뜨렸다. 그 동안 부침을 거듭하던 안정환이 멋진 골로 역전에 성공했다. 그리고 토고는 필드 플레이어 9명 중 1명만 최전방에 서고 나머지는 본진에 들어가 박혀버렸다. 지고 있는 팀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전술운영인 셈이었다. 그리고 한국 선수들은 볼을 돌렸고, 팬들은 욕설과 야유를 퍼부었다. 비겁하다고, 더러운 플레이라고, 투혼이 보이지 않는다고.
정말 그런가, 그들은 공격이 하기 싫어서, 의욕이 없어서 볼을 돌렸는가? 내 눈에 보인 것은 공격루트가 보이지 않고, 그나마 억지로 공격하려고 했다가는 수비에 부담을 줄까봐 이기는 상황에서도 오히려 전전긍긍하는 선수들의 모습이었다. 게다가 한 번도 이겨본 적 없는 원정 경기, 그 의미는 선수들에게는 엄청난 의미였을 것이다. 그 상황에서 결정하는 것은 지구 반대쪽에서 통닭을 먹고 맥주를 마시며 선수들을 안주삼아 씹어대는 축구팬이 아니라, 31도가 넘는 경기장에서 90분의 경기를 소화하고 있는 선수들과 그들과 함께하는 코칭스텝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건 간에 그것을 같이 마지막까지 지켜보면서 응원하는 것 뿐이었다.
그리고 경기가 끝났다. 결과는 2:1 승리.
사람들은 그 전력으로 프랑스와 스위스를 이길 수 없다고 대표팀을 비난하고 타박했다. 하지만 애초부터 그들의 비난은 말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유럽파가 좀 섞여 있다고 해도 한국 대표팀의 수비진외 선수단의 상당수는 그들이 프랑스 5부리그 취급도 안하는 K-리그 선수들이였으니까. 그들이 짓밟고 버려둔 선수들이었으니까. 그런 그들이 자신들을 무시하는 팬들을 위해 바다 건너에서 뛰고 있었다. 31도의 고온과 60%가 넘는 습기를 이겨가며.
이제 그들은 경기장을 가득채운 관중과 높은 경기수준을 경험해온 프랑스와 스위스 선수들을 상대로 싸워야 한다. 그들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플레이도 있을 것이고, 압박도 가해질 것이다. 그래도 그들을 최선을 다해 뛸 것이다. 자신을 위해, 팬들을 위해, 대한민국이라는 네 글자와 아직도 그 네 글자를 잊지 않은 교민들을 위해.
그러기에 나는 프랑스와 스위스의 경기를 경기를 볼 것이다. 그리고 응원할 것이다.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하던, 어떤 결과를 낳던 간에, 그것은 그들이 최선을 다한 결과이고, 아름다운 기록으로 남을 테니까. 연예인의 제멋대로인 발언으로, 자칭 축구팬들의 욕설로 끊임없이 상처받고 아파해온 선수들이기에, 끝까지 지켜볼 생각이다. 선수들을 욕하고 감독을 비난하며 한국 축구를 위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것은 내 방식이다. 이 월드컵에 결과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일본인 1억, 중국인 13억의 비난보다도 훨씬 지독하고 가혹한, 한국인 4800만의 비난에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무사히 돌아오길 바랄 뿐.
힘들고 어려운 싸움이 될 남은 경기들. 하지만 최선을 다하고 돌아오길. 남들이 외쳐대는 확률이나 %는 중요하지 않다. 0.000000000001%라 해도 제로가 아니고, 만약 그것이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100%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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