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기술자의 글쓰기 능력을 배양하자

출처  :  http://www.suppul.com/v1/bbs/board.php3?table=mind&query=view&l=5&p=1&go=4

林 載 春(한국원자력연구소 감사)
(영남대학교 CEO객원교수)

우리나라 과학 기술자들의 한심한 글쓰기와 경쟁력


맑스.레닌이 살아 있다면 '자본론'대신에 '의사전달론'을 썻을 것이라는 농담이 실감 나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습니다. 봉급 측면에서 보더라고 기술보다는 행정이나 경영쪽이 높고,외교나 정치분야는 더욱 월등합니다. 그러나 이들보다도 언론은 한수 위에 있습니다. 사회적 경쟁력이 의사전달 능력과 비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보면 우리나라 과학 기술자들이 푸대접을 받는 것도 이들이 가진 한심한 글쓰기 능력에서도 비롯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에 대한 푸대접은 참을 수 있다 하여도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과학과 기술의 발전에 지장을 주는 것이 문제입니다.

 미국의 경우입니다만 공대를 졸업한 직장인에 대하여 직장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지식이 무엇인지 조사하여 보았더니 결과는 해당분야의 전공이 아니고 발표력(Writing and Presentation)이었습니다. 즉 의사전달능력이 경쟁력이라는 사실을 미국인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하기에 대학과 직장에서 Technical Writing은 필수입니다. 참고로 공대 교육은 분석과 분해에는 강하여도 통합과 표현에는 약한 단점이 있기에 미국의 공과 대학은 경영과 의사전달에 관련되는 일부 학과를 공학 교육으로 인증하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의 Technical Writing은 종래에는 회사내에서 작성하는 문서만을 대상으로 하였으나 요즈음에는 그 영역도 매우 넓어져 제품설명서나 결산보고서까지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제품설명서는 그 내용이 잘못되어 소비자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에 손해 배상이 엄청나고, 결산보고서는 대부분 기술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일반 주주가 이해하지 못하면 그회사의 투명성에 손상을 입기 때문입니다. 이같은 경향으로 미국에서는 10만명이 넘는 사람이 이 분야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의무로써의 과학기술자 글쓰기

과학 기술자는 새로운 개념의 개발만큼 이의 전달에도 중요한 의의를 부여하여야 합니다. 아무리 훌륭한 내용을 담고 있더라도 기술보고서가 너무 전문적이어서 내용 전달이 되지 않으면 그 보고서는 실패한 것이 되고 그 책임도 작성자가 져야 합니다. 과학 기술자는 또한 정치가나 경영인, 넓게는 일반 대중이 알아 들을 수 있도록 기술적인 내용을 설명할 수가 있어야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하여 폭 넓은 지지를 받을 수가 있습니다. 과학 기술자들만의 옹아리는 집 밖에 나서면 아무도 들어 주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과학 기술의 경쟁력이 손상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글쓰기는 어렵습니다. 글쓰기를 제대로 배우자면 소질도 있어야 하거니와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합니다. 과학 기술인들은 이점이 부담이 되기 때문에 글쓰기와는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필자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이러한 어려움도 쉽게 극복할 수 있습니다.

필자의 글쓰기 비법 터득

저는 기술직 공무원으로 26년간을 과학기술부에서 근무하면서 기술직 공무원들이 보고서 작성이나 보고 요령이 행정직에 비하여 대체로 뒤떨어지고 있음을 보아 왔습니다. 고위직으로 올라 갈수록 기술직 공무원의 수가 현저하게 적어지는 현상도 글쓰기나 보고 능력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 자신도 91년에 원자력국장을 역임하면서 신문에 광고한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부지공모 문안 때문에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Technical Writing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92년 MBA공부를 하러 영국에 가서 Technical Writing에 대한 여름방학 강좌를 듣고 94년에는 오스트리아 주재 과학관으로 부임하여 북한 핵문제와 관련된 외교 문서의 작성을 통하여 실전의 경험을 쌓았습니다. 98년 원자력실장으로 근무하면서 기술직 직원들에게 글쓰기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여 보았더니 1-2 시간교육으로도 상당히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이러한 사실에 힘을 얻어 공무원을 그만둔 99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교재를 개발하여 제가 근무하는 연자력연구소 연구원들에게 강좌를 개설하였더니 반응이 무척 좋았습니다. 3시간 정도 이론 교육으로 수강생들은 글쓰기의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며 실제로 자신이 글을 써보는 실습시간 3시간을 보태면 결과는 너무나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연구 기술자들이 터무니 없이 저지러는 잘못 서너 가지만을 집중하여 고치게 함으로써 글쓰기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도록 한 것이 주효한 것 같습니다.


읽는 사람 위주로 글을 써야

좋은 글을 쓰려면 제일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이 읽는 사람 위주로 글을 써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어를 제대로 사용하여야 한다. 과학 기술자가 쓴 글을 보면 주어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주어를 매번 짐작하게 하는 것은 글을 자기 위주로 쓰고 독자를 배려하지 아니하는 것이 된다. 주어만 분명하게 써도 글쓰는 문제의 많은 부분이 저절로 해결된다. 다음은 읽는 사람의 대상과 수준에 따라 내용을 다르게 작성하여야 한다. 실무자와 결재권자는 관심의 대상이 다를 수밖에 없다. 같은 기술 집단에게 제출하는 보고서, 일반인에게 알리는 보도자료 및 투자자에게 설명하는 투자유치서의 내용은 각각 다른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박식함이나 고생은 철저하게 자제하여야 한다. 글은 상대에게 필요한 정보를 알리는 것이지 자신의 업적이나 고생을 알리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고생한 양과 문장의 양을 비례시키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주의할 점을 구체적인 예를 들어가며 좀더 자세하게 설명하고자 한다.

주어를 제대로 사용

글쓰는 사람이 주어를 생략하여 " 여러 가지 사항을 지시하여 업무 수행에 애로가 많다"라고 할 경우 읽는 사람은 앞 뒤 문맥이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문장을 이해하기가 곤란하다. 여기에 주어를 넣으면 " 정부가 여러 가지 사항을 지시하여 산하기관이 업무를 수행하는데 애로가 많다"로 되어 의미가 보다 분명하여 진다. 엉터리 주어를 쓰는 경우도 이외로 많다. 예로써 "이 보고서에서는 신규 공장의 경제성을 다루고 있다"라는 문장에서 주어는 간 곳이 없고 "보고서에서는"이 마치 주어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문장의 주어를 "이 보고서"로 하여 " 이 보고서는 신규 공장의 경제성을 다루고 있다."로 하는 것이 좋겠다. 매 문장마다 주어를 제대로 사용하게 되면 주어와 술어가 자연스럽게 호응이 된다. "원자력은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탄산가스의 배출이 없다." 라는 문장에서 주어인 "원자력"과 술어인 "없다"가 서로 호응하지 않는다. 바르게 표현하려면 술어를 "없는 에너지이다"로 하여야 한다.

읽는 사람의 대상과 수준에 따라 다르게 작성

실무자와 결재권자는 관심부터 다르다. 실무자는 일의 배경, 문제점, 필요성 및 추진방법등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보고내용에도 이러한 사실을 잘 반영한다. "공작 건물은 71년에 지어져 매우 낡았고 단열재 효율도 낮아 냉난방 손실이 큼으로 빠른 시일 내에 건물 개조 공사가 필요하다. 건물주가 낡은 건물을 수리하여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경우에 에너지관리공단은 공사비의 전액을 융자하여 주기 때문에 공사가 끝나면 매년 2000만원의 연료비가 절감된다."라고 보고한다. 그러나 결재권자는 결론, 전체적인 경향이나 가격, 또는 직원사기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다음과 같이 바꾸어 보자. "공작 건물은 매우 낡아 냉난방 손실이 연간 2000만원이 넘고 직원 불만 또한 높아 즉각적인 보수가 필요하다." 과학 기술자는 자신의 기술 분야를 알아듣는 사람이 몇 명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하여야 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소는 "디셀포비브리오로 폐수 속의 중금속 침전 성공"이라는 보도 자료를 내었으나 신문은 이를 "광산 폐수를 미생물로 정화"라고 고쳤고 방송은 아예"중금속 먹는 세균"으로 보도하였다. 내용이 너무 전문적이어서 내용 전달이 어려우면 적절한 예를 사용하여야 한다. 일전에 한국원자력연구소가 보도한 내용이다. "자유전자레이저는 레이저기술과 가속기기술이 결합된 새로운 개념의 레이저로 넓은 범위에서 연속적으로 파장을 변화시킬 수 있고 기존레이저로 얻을 수 없는 파장도 쉽게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에 '차세대 레이저'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러한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를 라디오에 비유해 보면 이제까지의 레이저는 AM주파수 몇 개만 한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는데 반하여 자유전자레이저는 FM주파수 전체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획기적인 것이다"를 보태는 것이 좋다.

자신의 박식이나 고생의 언급은 자제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전부 나열한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상대가 원하는 정보만을 치밀하게 구성하여 흥미를 유지하면서 제공하여야 한다. 결재권자가 잠시 관심을 보였을 때 이때다 하고 자기의 전공 분야를 신나게 떠든 사람 치고 그 다음에도 보고 기회가 주어지는 경우를 필자는 거의 보지 못 하였다. 마찬가지로 자신이 노력하거나 고생한 내용을 보고서에 담고 싶겠지마는 꾹 참고 상대에게 필요한 내용만을 기술하여야 한다. 할아버지 고생담은 사탕이 주어질 때나 마지못해 듣는 체 하는 법이다. 친한 친구의 고생담도 공짜 맥주일 때나 듣는 시늉 정도라도 하지 자신이 술을 사면서 상대하는 바보는 없다. 읽는 사람은 까다로운 상사라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둔다면 어떤 내용으로 글을 쓸 것인지가 자명하여 진다.

내용이 꼬리를 물고 물 흐르듯 해야

좋은 글은 읽는 사람 위주로 쓰여진 글이다. 읽는 사람은 앞에서 읽은 내용을 바탕으로 나름대로 생각의 흐름을 만들어 냄과 동시에 다음에 어떤 내용이 전개되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읽는 사람의 생각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하고, 읽는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여 어휘를 고르고 문장과 문단을 구성해 나가면 좋은 글이 된다. 빗물이 모여 시내를 이루고 시냇물은 합쳐 강물이 되며 강은 바다로 이어지는 흐름을 가지고 있듯이, 어휘가 모여 문장을 이루고 문장은 합쳐 문단이 되며 문단은 면면이 흘러 결론에 도달하게 한다. 자기가 펴고자 하는 논리도 이러한 흐름에 맞추어야 설득력이 있다.

표현에 맞는 어휘는 하나

글은 어휘로부터 시작된다. 표현에 맞는 정확한 어휘를 찾아내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근대문학사상 사실주의의 창시자로 불리는 플로베르는 '하나의 대상을 가리키는 어휘는 오직 하나밖에 없다'는 의미인 일물일어(一物一語)의 원칙 아래에서 작품을 섰다고 한다. "어머니는 불교를 믿지만 나는 교회를 믿는다"의 예에서 '교회'는 '기독교'로 바꾸어야 한다. 교회는 건물이므로 믿음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차가 막혀 지각하였다'는 '길이 막혀'로 하여야 한다. 이와 같은 예는 표현이 정확하지 않아도 그 뜻을 잘 알 수 있으나 외국회사와 분쟁이 있을 때 "그 동안 귀사가 제공한 여러 가지 지원에 감사하고 있기에 미안하지만 설비 파손에 대한 손해 청구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라고 영문 편지를 보냈을 때 '미안'이라는 어휘 하나로 손해 배상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영어에서 '미안'은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는 표현임으로 '유감'이 되어야 한다.

문장은 하나의 개념만을 담아야

어휘를 합치면 글의 기본형인 문장에 되는데 문장은 되도록 하나의 개념만을 담아야 한다. 신문기사도 '한 문장, 한 개념(one sentence, one idea)'의 원칙을 준수하고 있다.

"전셋값이 천장부지로 치솟아 서민에게 고통을 안겨 주고 있는 가운데 ㄱ 건설회사는 분양가가 기존 아파트 전셋값보다 싼 아파트를 서울에서 내어놓아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고 있다"의 예에서 보면 한 문장에 '높은 전셋값' 과 '싼 아파트'의 개념을 담고 있다. 이 문장을 둘로 나누어 "분양가가 기존 아파트 전셋값보다 싼 아파트가 서울에서 나왔다. 전셋값이 치솟아 고통을 받고 있는 서민들은 ㄱ 건설회사가 선보인 이 아파트에 많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 하나의 문장이 하나의 개념을 가지고 있기에 문장과 문장의 이음은 개념이 서로 연관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나는 어제 늦게 퇴근을 하였다."의 뒷문장은 "몹시 시장했다." 나 "김부장이 괜히 트집을 잡았다."가 되어야지 "이로써 야근 수당이 제법 모였다."라고 한다면 내용의 긴밀성이 뒤떨어진다.

문단은 소주제문과 뒷받침문장으로 구성

문장이 모여 하나의 문단(paragraph)을 구성하게 되는데 매 문단은 자신만의 소주제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문단의 첫 문장은 소주제문이 되고 뒤이어 소주제를 지원하는 뒷받침문장들을 배치하게 된다. 다음의 예문에서 무엇이 잘못 되었을까?

"현재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소비량은 급증하고 있다. 이에 선진국들은 석탄 연료의 고갈, 이의 사용에 따른 환경오염 문제 등을 고려하여 차세대 에너지원으로의 원자력발전 기술을 확보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미국, 러시아, 일본 등지에서 발생한 일련의 핵 사고로 인하여 세계의 원자력 연구는 위기를 맞고 있다."

이 문단이 가진 문제점은 소주제가 무엇인지 구분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글쓰는 이가 소주제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첫문장에 소주제를 넣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한 문단에 ' 과거의 활발한 원자력 기술개발' 과 '핵 사고로 인한 원자력 연구의 위기'를 내용으로 하는 소주제를 두 개 포함하게 된 것이다. 이 문단을 다음과 같이 고쳐 보았다. "선진국은 원자력을 차세대 에너지로 활용하기 위해 기술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우려 왔다(소주제문). 세계 에너지 소비량은 급증.....화석연료는 머지 않아 고갈.....이에 대비하여 각국은 안전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된 원자로를 개발.....미국은.....러시아는.....일본은.....(뒷받침문장들).

한편, 이들 나라에서 핵사고가 발생함으로써 원자력 기술개발 연구가 위기를 맞고 있다.(소주제문). TMI.....체르노빌.....도까이무라...이들 사고로 원자력에 대한 국민 감정이 악화되어.....연구개발비가 감소.....(뒷받침문장들).

문장과 문장은 각자가 가진 개념이 연관성을 가지고 있듯이 문단간의 소주제들도 서로 긴밀한 관련을 가져야 한다.

접속사와 조사를 신호체계로 활용

글의 내용이나 논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고 내용의 흐름이 도중에 끊어지거나 새로운 논리가 갑자기 튀어나오게 되면 읽는 사람의 기대에 어긋나서 글이 혼란스럽게 된다. 내용이나 논리가 아니더라도 접속사와 조사 하나만 잘못 사용하여도 결과는 마찬가지가 됨으로 주의하여야 한다. "이번에도 서운하다" 와 "이번에 서운하다"는 뒤의 내용 전개가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이라는 접속사가 오면 뒤에는 변명이 따르나 "그런데"는 반론을 수반하게 된다. 우리 나라 글에서 접속사와 조사는 그 역할이 매우 크며 생각의 흐름을 유도하는 신호체계로써의 역할을 하고 있다.

자기가 글을 제대로 쓰기 시작하면 남의 글도 빠르게 읽을 수 있다. 좋은 글은 문단마다 소주제문이 있고 생각의 흐름이 바뀔 때마다 적절한 신호체계가 있기 때문에 소주제문과 접속사만 읽어도 핵심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주요 내용이 한눈에 파악되야

현대인은 바쁘고 읽어야 할 글도 많아 글을 선택적으로 읽는다. 따라서 주요 내용이 한 눈에 들어오는 일목요연한 것이 좋은 글이다. 그러기 위하여서는 우선 형식적인 면에서 보기에 산뜻하고 간결한 글이 되어야 한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은 법이다. 또한 문장의 병렬법을 적절히 구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다음은 내용적인 면인데 의미가 모호한 글이 되지 않도록 수식어와 피수식어의 위치를 되도록 가까이 놓고 명칭을 일관되게 사용하여야 한다.

보기에 산뜻

한 면에 많은 글이 작은 글씨로 빽빽하게 적혀 있으면 읽기도 전에 먼저 질려 버린다. 문자의 크기나 배열에 신경을 쓰고 여백의 중요성을 알아 이를 적절히 활용한다. 어려운 내용은 도표나 그림을 사용함으로써 이해가 쉽도록 한다. 제목과 소제목을 붙일 때에도 되도록 핵심 정보를 담아 읽는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것이 좋다. "보고 목적"보다는 "본관 건물 외벽에 심한 균열"이 나은 편이고 "조치 사항"이라 하기 보다는 "긴급 보수가 필요함"이 좋다. 신문 기사의 경우에 제목과 부제만 보아도 내용의 절반은 짐작할 수가 있고 첫 문단을 읽으면 내용의 80% 정도까지 알 수가 있듯이 자기가 쓰는 문장에도 이러한 정신이 반영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간결과 겸손은 최고의 예술

또한 글은 말과 마찬가지로 간결함을 으뜸으로 친다. 사회 어느 분야에나 프로와 아마추어의 세계가 있는데 글과 말의 세계에서 이들의 구분은 간결에서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짧은 시간에 상대를 설득하기 위하여서는 절제된 언어가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다시 신문을 예로 들면 지면이 명동 땅값 보다 비싸기 때문에 기사는 항상 압축된 형태를 강요 받는다. 그럼으로 글을 쓸 때에는 버리는데 용감하여야 한다. 자기가 쓴 글을 무조건 반으로 줄어 보아라. 내용에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다. 거기다 다시 한번 반으로 압축하여도 내용에 무리가 없는 글을 필자가 종종 경험하고 있다. 간결은 또한 겸손과도 통한다. 자신의 업적을 절제해서 표현할수록 힘있는 글이 되어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 간결과 겸손을 염두에 두면 진부하거나 과장된 표현은 쓸 수가 없다.

병렬법을 적절히 활용

수식어나 비유는 글의 의미를 분명하게 한다. 그러나 이들보다도 문장의 병렬법은 의미강화에 더욱 효력이 있다. 뿌리깊은 나무와 샘이 깊은 물을 읊은 용비어천가는 절묘한 병렬구조로 명문이다. "달처럼 보이다가 별처럼 보이다가, 나비처럼 보이다가 티끌처럼 보이다가 염치고개를 넘어간다"의 예에서 춘향이를 이별하는 이도령의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지는 판소리의 한 대목이다.

수식어의 위치를 피수식어에 접근

간결한 문체라도 의미가 모호하면 읽는 사람이 자기나름대로 해석하여 글이 가지는 논리의 흐름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는 소리를 지르면서 달아나는 범인을 쫒아갔다."라고 할 때 누가 소리를 지르는지 분명하지 않다. 수식어의 위치가 피수식어에 접근하지 않아서 생기는 혼란이다. "소리를 지르면서 달아나는 범인을 그는....."으로 바꾸어야 의미가 분명하여 진다. 다른 예이지만 "온통 사회가 범죄로 가득 차 있다." 라고 우리는 자주 표현한다. 여기서 '온통'은 '가득 차 있다'를 수식하는 부사임으로 "사회가 온통 범죄로....." 나 "사회가 범죄로 온통 가득....."으로 수식어와 피수식어를 가까이 놓아야 한다. 여의도에 있는 국회 건물 지하1층에 "큰직원식당" 과 "작은직원식당"이 있다. 건물 2층에 의원식당이 있어 이와 구분하기 위하여 직원식당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큰직원, 작은직원이라니 보는 사람마다 괜히 시비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굳이 바꾸자면 "직원큰식당"으로 해야 보다 자연스러운 표현이 된다.

명칭은 일관되나 표현은 다양하게

수식어뿐만아니라 명칭도 읽는 사람의 생각을 흔들어 놓을 때가 많다. 중량천 오염문제를 다루면서 하천오염, 수질오염, 환경오염등으로 다양하게 표현하여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명칭간의 관계를 자꾸만 생각하게 하는 것은 좋은 글이 아니다. 다음의 예를 보자. "전등의 높이를 변화시키면 불빛주위에 모여드는 곤충의 수는 증가하였다. 한편 조명기구의 방향은 곤충의 수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관측자가 실험 결과를 기술하면서 조명기구, 전등 및 불빛을 혼용하고 있다. 명칭은 최대한 일관되어야 한다. 그러나 표현일 경우에는 다양한 것이 좋다. "말했다"를 중복하여 사용하면 금방 싫증이 나기에 설명했다, 주장했다, 밝혔다, 전했다, 거듭했다등으로 변화를 주어야 한다. 정부가 기술개발 제도를 확립하기 위하여 기술개발 제도를 수립, 개선, 확충 또는 보완하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글은 종류에 따라 달라야

글에는 여러 가지의 형태가 있는데 소설문, 수필문, 논설문, 설명문, 보고문 등이 있다. 과학기술자들이 주로 다루는 글은 논설문의 성격을 가진 논문과 설명문, 보고문이다. 과학기술자들은 실무적인 면에서 논문을 가장 많이 다루고 그들이 관리자로 올라 갈수록 보고문을 취급하게 된다. 글의 형태에 따라 이해하기 쉬운 글을 쓰는 방법을 일일이 설명하기에는 지면의 제약이 있어 여기에서는 논리성과 합리성이 다른 어느 글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논문만을, 그것도 연구를 대상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다른 글도 전체적인 흐름에서 보면 연구 논문과 크게 다름이 없다.

논리 전개 구도 작성으로 시작

무슨 일을 하던지 설계가 우선되듯이 논문을 작성할 때도 논리 전개 구도를 그려보아야 한다. 문제를 제기하고 그 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어떠한 노력들이 있었는데 어떤 점이 부족하였기 때문에 본인이 이러한 방법으로 해결을 시도하였더니 결과가 좋게 나왔다. 이로 인해 파급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밝히고 앞으로 보완할 사항을 제시하는 것이다. 구도가 그려지면 서론, 본론 및 결론으로 나누어 상세히 기술을 하며 요약이나 초록은 제일 나중에 하는 것이 좋다.

서론은 간략하되 흥미를 유발

서론은 연구 목적, 배경 및 필요성, 연구 범위와 방법 등을 포함한다. 연구 내용을 기술할 때에는 자기가 하는 연구를 정확하게 간략한 언어로 정곡을 찌르듯이 표현하여야 한다. "환경오염의 측정 및 제어를 위한 환경가스의 다이나믹 모니터링 시스템 신기술을 개발"한다고 하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개발하는지 내용을 알 수가 없다. "환경오염 가스 실시간 측정 시스템과 소형 센서 및 장비 개발"이라고 바꾸어야 한다. 배경 및 필요성과 관련하여 기존 연구의 문제점을 부각시켜야 하는데 문제점의 정의와 분석만 명확하게 하여도 논문의 반은 이미 완성하였다고 할 만하다. 문제점을 정의할 때 사용하는 용어는 일반적인 의미를 가진 범용용어에 국한하여야 한다. 본문에서 자주 인용되는 핵심 용어라 하더라도 이 용어의 뜻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에 대하여 독자가 본문에서 인지할 때까지에는 그 핵심 용어를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문제점을 분석할 때에는 생동감 있는 예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서론을 읽는 사람은 그 분야를 잘 알고 있는 전문가이고 남의 논문을 비판적으로 읽기에 이들을 서서히 자신의 논리에 끌어 드리려면 읽는 사람의 흥미를 유발시키고 이를 유지하여야 한다. 서론에서 자신의 박식함을 들어내듯이 총설 또는 해설을 쓰는 기분으로 장황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본론은 독창적인 내용을 정확하게 기술

자기의 독창성을 분명히 나타내기만 하면 본문 쓰기가 가장 쉽다. 핵심 내용을 담는 그릇이기에 누가 적어도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다. 복잡한 부분은 도표로 처리한다던지 내용이 직선적으로 흘러가는데 방해가 되는 것은 부록으로 처리하는 정도이다.


결론은 인생의 유언장 같이 작성

결론에서 본론을 단순히 요약하여서는 아니 된다. 자신의 인생을 마감하면서 지나온 삶만을 자식에게 들려주는 유언은 없지 아니한가? 마찬가지로 자기 논리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새기며 못 다한 과제에 대한 소개와 가능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여야 한다.

초록은 쇼 윈도의 역할

초록은 보고서가 다루고 있는 문제에 대하여 어느 정도 지식을 가지고 있으나 논문 내용은 읽어보지 못한 독자를 상대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요약문과도 구분된다. 서론에서 취급하는 배경과 필요성은 적지 아니하되 주요한 실험 방법, 결과 및 결론은 명확하게 적어야 한다. 표제의 내용을 반복해서도 안될 만큼 지면을 아낌으로 본문의 주요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어 긴 초록이 되지 않게 한다. 핵심 단어를 초록에서 발췌하여 문서를 검색하거나 논문의 중복성을 따지게 됨으로 그야말로 핵심단어만이 진열되는 쇼 윈도가 되어야 한다.

마지막 점검이 화룡청점

귀찮겠지만 쓰는 사람은 읽는 사람 입장에서 보고 또 보아야 한다. 저자는 적어도 여섯 번 내지 일곱 번을 고치고 객관적인 입장에 있는 전문가가 두 번 이상을 검토하여야 한다. 매번의 점검이 끝나면 냉각기간을 두어야 자기의 실수를 발견 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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